영화 창작과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나? - '암살자(들)', 상영을 멈추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가?
추석 극장가 1위를 다투는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의 총탄에 숨진 사건을 다룬다. 개봉 일주일 만에 관객 160만 명을 넘겼다. 그러나 이 영화가 흥행하는 이유가 작품성 때문인지, 반세기 전 비극의 배후를 두고 자극적인 가설을 던졌기 때문인지 냉정하게 따져 봐야 한다. 당시 정부 수사 결과는 분명하다. 재일교포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노렸고, 그 총탄에 육영수 여사가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영화는 이 결론 위에 사건의 배후를 둘러싼 의혹을 극적으로 쌓아 올렸다. 관객 사이에서 남편이 아내의 죽음에 관여했을 수 있다는 식의 해석이 퍼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공식 기록에 없는 가설을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의 이름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제작진은 "기록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극영화일 뿐, 특정 인물을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이는 책임을 피하기 위한 말이다. 관객이 극장을 나서며 무엇을 믿게 되는지가 중요하다. 실명과 실제 날짜, 실제 장소를 그대로 쓴 영화에서 관객은 허구와 사실을 가려낼 수 없다. 특히 역사 지식이 아직 자리 잡지 않은 중고등학생에게 스크린 속 장면은 곧 역사가 된다. 한 번 퍼진 음모론은 어떤 정정 보도로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가 스스로를 변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두 사람의 자녀는 지금도 살아 있다. 어머니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되는 비극을 겪은 유족에게, 아버지가 그 죽음에 관여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상업 영화로 만들어 파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2차 가해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소중한 가치다. 하지만 헌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적고 있다. 형법 제308조는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죽은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