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자율주행의 미래, 생쥐의 뇌 속에 있다? (CEBRA 기술)

운전할 때 옆 차가 깜빡이를 켜기 직전, 미세한 움직임을 보고 '아, 차선을 바꾸겠구나'하고 예측해 본 경험 있으신가요? 혹은 농구 선수가 슛을 쏘기 전의 자세를 보고 슛의 성공 여부를 예감하기도 하죠. 이처럼 '미래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능력'은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AI에게는 가장 어려운 숙제 중 하나였습니다. 🤖
자율주행차가 갑자기 뛰어드는 보행자를 예측하고, 로봇이 인간과 안전하게 협업하려면 바로 이 예측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2025년 6월 12일, 독일 뮌헨 공과대학(TUM) 연구진이 발표한 "How artificial intelligence can learn from mice"라는 연구는 이 문제의 해답을 아주 작은 생명체, 바로 '생쥐'에게서 찾았다고 밝혀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오늘은 첨단 AI가 작은 생쥐에게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그 놀라운 원리를 살펴보겠습니다.
1. 왜 하필 생쥐인가? (자연의 완벽한 모델)
2. AI는 어떻게 생쥐의 생각을 읽을까? (CEBRA의 작동 원리)
3. 단순 모방을 넘어 '의도'를 읽는 기술의 혁신성
4. 로봇부터 뇌 질환 치료까지: 전 세계의 응용 연구 동향
1. 왜 하필 생쥐인가? (자유의지를 가진 모델) 🐭
로봇 팔의 정해진 움직임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연구진이 생쥐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생쥐의 움직임은 예측 불가능하며, 배고픔, 호기심, 두려움 같은 내부적인 상태(internal state)에 따라 즉흥적으로 결정됩니다. 이는 실제 도로의 보행자나 작업장의 인간 동료처럼 '자유의지'를 가진 대상을 AI가 어떻게 예측해야 하는지에 대한 완벽한 축소판 모델이 됩니다.
결국 이 연구는 '생체 모방(Biomimicry)' AI의 한 형태로,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하며 움직임을 최적화해 온 자연의 방식을 컴퓨터가 배우려는 시도인 셈입니다. 가장 똑똑한 AI가 가장 작은 동물에게 한 수 배우러 간 것이죠.
2. AI는 어떻게 생쥐의 생각을 읽을까? (CEBRA의 작동 원리) 🧠
연구의 핵심은 'CEBRA(Consistent Embeddings of high-dimensional recordings using Behavior and gRegressors for neuropixel Analysis)'라고 불리는 AI 모델입니다. 이름은 복잡하지만 원리는 흥미롭습니다. AI는 단순히 생쥐의 겉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뇌 활동과 실제 움직임을 동시에 관찰하고 그 사이의 '패턴'을 학습합니다.
- 데이터 동시 측정: 연구진은 생쥐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동안, 생쥐 뇌의 특정 영역(운동 피질 등)에서 발생하는 수백 개의 신경 신호(뇌파)와 비디오 카메라를 통한 실제 움직임을 동시에 기록합니다.
- 신경 신호와 행동의 연결: CEBRA 모델은 특정 '뇌파 패턴'이 나타난 직후에 어떤 '움직임'이 뒤따르는지를 집중적으로 학습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뇌파 패턴이 나타나면 0.5초 뒤에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와 같은 수많은 연관 관계를 데이터화합니다.
- '의도' 예측: 학습이 끝나면, CEBRA는 실제 움직임이 나타나기 전에 뇌파 패턴만 보고도 앞으로 일어날 움직임을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생쥐가 '왼쪽으로 가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의 뇌 신호를 포착하여 행동을 예견하는 것입니다.
기존 AI가 찻잔을 향해 뻗는 '손의 움직임'을 보고 흉내 내는 수준이었다면, CEBRA는 찻잔을 보기 전부터 '목이 마르다'는 뇌 신호를 읽고 손이 움직일 것을 미리 아는 수준에 도달한 것입니다.
3. 단순 모방을 넘어 '의도'를 읽는 기술의 혁신성 🚀
이 기술이 혁신적인 이유는 AI가 단순히 과거의 행동을 복제하는 '행동 복제(Behavioral Cloning)'의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입니다. CEBRA는 행동 이면의 '의도' 또는 '내부 상태'를 이해함으로써 한 차원 높은 예측 능력을 보여줍니다.
구분 | 기존 방식 (행동 복제) | CEBRA 방식 (의도 기반 예측) |
---|---|---|
접근법 | 결과(움직임)를 보고 모방 | 원인(뇌 신호)을 보고 예측 |
대응 방식 | 사후 대응 (Reactive) | 사전 예측 (Proactive) |
한계 | 처음 보는 상황에 취약 | 새로운 상황에도 유연하게 적응 |
4. 로봇부터 뇌 질환 치료까지: 전 세계의 응용 연구 동향 🌐
이러한 '의도 예측'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 세계 유수의 연구 기관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 🤖 로보틱스: 일본의 RIKEN, 미국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은 인간과 안전하게 협업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로봇이 인간 동료의 다음 행동을 미리 예측하고 동선을 피하거나 필요한 도구를 먼저 건네주는 등 훨씬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합니다.
- 🚗 자율주행: 테슬라, 웨이모 등은 보행자나 다른 운전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현재 위치와 속도만 보는 게 아니라, 보행자의 미세한 머리 움직임이나 운전자의 주저함 같은 신호를 읽어 잠재적 위험을 미리 방지하는 데 이 기술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 ⚕️ 신경과학 및 의료: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EPFL), 미국 스탠퍼드 대학 등에서는 이 기술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파킨슨병이나 루게릭병처럼 뇌의 명령이 신체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환자들이 생각만으로 로봇 팔이나 휠체어를 정교하게 조종하도록 돕는 연구가 활발합니다.
이처럼 작은 생쥐의 뇌에서 시작된 연구는 결국 인간의 삶을 더 안전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AI 발전의 미래가 꼭 더 큰 컴퓨터와 더 많은 데이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생명에 대한 더 깊은 이해에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